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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시 읽기] 나태주 - 내가 사랑하는 계절 ,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

재린주부 2024. 10. 2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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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계절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십일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십일월에서 십이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속에는

시제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 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 마음대로 시 읽고 해석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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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계절은

 

자연 속에 깃든 삶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스며든 가족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가장 사랑하는 계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십일월에서 십이월 중순까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

낙엽이 떨어지고 나무가 홀몸으로 남아, 그 속살까지 드러나는 시기를 시인은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이때의 자연은 꾸밈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시인은 그 모습에서 순수하고 솔직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인도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도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리고 시 속의 황토 흙은 단순한 흙이 아니다.

아버지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해 저물녘 형제들과의 기다림이 있다.

시인은 이 흙에서 그저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 쉬는 어린 시절의 감정과 추억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황토 흙 속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고구마 냄새는 단순한 음식의 냄새를 넘어,

시인에게는 어머니의 손길과 사랑이 녹아든 추억이다.

어머니의 고구마는 가난한 시절의 끼니였지만, 그 시절의 소박함과 삶의 강인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계절은 단순히 가을날의 풍경을 넘어서,

자연 속에 들어있는 추억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깨달음이 가득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어린 시절, 가족과의 추억이 자연과 어우러져 따뜻함과 그리움을 떠오르게 만드는 시였다.

 

 

요즘 같은 시기 딱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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